주간기술동향
통권 1086호(2003.03.11 발행)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대의 경제
10여 년전 마크 와이저(M. Weiser)에 의해 처음 제창된 “일상 환경 속에 편재된 언제 어디서나 이용이 가능한 컴퓨팅”이라는 개념의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현재 차세대 정보기술 패러다임의 중심 축이 되고 있으며, 행정, 경제, 의료,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향후 발전 전략의 키워드로 인식되고 있다. 본 고에서는 유비쿼터스 컴퓨팅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 보고자 한다. 우선, 유비쿼터스 컴퓨팅 기술의 활용으로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가 어떻게 개선될 것인가를 알아보고, 새롭게 창출되는 사업 모델과 조세 제도 등을 검토하고자 한다.
1. 인스턴트 경제(Instant economy)
물리 공간을 토대로 하는 구 경제(Old economy) 시스템은 정보기술의 발전과 인터넷 빅뱅을 거치면서 전자공간 중심의 전자상거래와 기업간 거래(B2B) 등의 신 경제(New economy) 시스템으로 대체되었다. 초기의 막대한 부를 창출할 것이라던 기대는 거품으로 사라졌지만, 지속적인 정보기술의 발전과 인터넷은 기업과 기업간의 사업 방식을 재구조화 하였다.
기업들은 IT기술을 이용하여 지속적으로 기업과 관련된 광범위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기업 자산의 투명성을 증대하고 더불어 기업의 예측하지 못한 사건에 대한 대응 시간을 향상시킬 것이다. 이 같은 경제 시스템을 ‘Real-time economy’ 또는 ‘Now economy’라 한다. ‘Now economy’는 머지 않아 더욱 광범위한 모니터링 및 탐색 기능을 갖춘 유비쿼터스 컴퓨팅 기술의 확산으로 상품, 사람 및 주문 등에 관한 위치 및 상태 정보를 즉각적으로(instantaneously)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는 ‘Instant economy’로 확장될 것이다.
이와 같은 ‘Instant economy’가 실현되면 무엇보다도 기업의 재고 및 물류관리에 일대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 실내 위치 추적 및 RFID 태그와 같은 유비쿼터스 컴퓨팅 기술의 사용으로 재고 추적 업무가 자동화 될 것이며, 이는 재고 조사를 위한 노동력 및 업무지연으로 인한 기업의 손실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정확하고 신속하게 재고 평가를 할 수 있게 한다.
또한, 기업은 자산 및 주문에 관한 최신 정보를 자신의 공급망에 속하는 원료 생산자나 소매업자 등과 같은 다른 기업들과 공유함으로써 채찍 효과(Bullwhip effect)에 의한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채찍 효과는 생산 및 재고관리상 여러 비효율의 원인으로, 정보전달의 지연과 왜곡 확대 현상에 의해 공급망의 가장 마지막 단계인 소매단계의 고객으로부터의 주문 및 수요 행태의 변동에 관한 정보가 도매상, 지역 유통센터 등의 공급망을 거슬러 전달되는 과정에서 지연 및 왜곡이 누적되어 납기지연, 결품, 과잉 재고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향후에는 상품에 내장된 무선 센서 등을 이용하여 온도, 속도, 압력 등 생산에 영향을 주는 더 많은 파라미터들을 추적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활용한 스마트 상품(smart goods)은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감지하고, 동시에 외부의 다른 관련 요소들과 의사소통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센서를 내장한 비행기 모터는 지속적으로 스스로를 감시하여 만약 비행중에 이상한 점을 발견하면 그와 관련된 필요한 부속을 도착할 공항에 즉시 주문함으로써 비행기가 착륙할 때 이미 준비된 부품을 사용할 수 있어 출항 준비 시간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또한, 화학 제품이나 음식물은 운반중 자신의 온도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 하여 이상 발생시 독자적으로 경고음을 발생시키거나 유효기간을 조절할 수 있어, 소비자의 건강을 증진시킬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비용 손실을 줄일 수 있다.
2. 동태적 상품 가격
고전학파에서 말하는 완전경쟁시장은 동질의 재화가 거래되며,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완전 정보를 공유하고, 자원의 완전 배분이 이루어지는 시장으로 정의되며, 이 같은 완전경쟁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은 고도의 동태적 가격 구조를 가진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수많은 기존의 정태적 시장(static marketplaces)을 동태적 시장(dynamic marketplaces)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유비쿼터스 컴퓨팅 기술을 이용하면 슈퍼마켓에 있는 모든 상품들은 주위 환경에 대한 정보를 감지하고 다른 상품이나 진열대, 금전 등록기 등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스마트 상품(smart goods)이 된다. 이때 기존의 슈퍼마켓은 상품가격이 동태적으로 결정되는 완전경쟁시장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센싱, 컴퓨팅 및 통신 능력을 갖춘 상품들은 다른 상품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으며, 따라서 진열대 위에 얼마나 많은 상품들이 남아 있는지, 창고에 재고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 그리고 다른 상품들의 유통기한이 언제까지인지 등을 알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 진열대는 그날의 시간, 일주일 중 그날의 특성, 계절 또는 날씨 등과 같이 상품 수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정보들도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슈퍼마켓의 스마트 상품들은 이러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자신의 가격을 동태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통기한이 다가옴에 따라 우유병은 자신의 가격을 낮춰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할 것이며, 여러 날 계속 비가 온다거나 판매량이 감소될 때도 같은 행동을 취할 것이다. 반대로 초과 수요가 발생하면 재고를 확인하여 수량을 보충하거나 재고가 부족할 경우에는 우유 가격을 올릴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시스템의 기술적 실현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한 예로 실시간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되는 상품 가격의 변화를 그때그때 보여 주기 위해서는 스마트 페이퍼(smart paper)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flexible display) 등의 기술 개발이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슈퍼마켓의 모든 상품에 부착 또는 내장될 수 있을 정도로 태그나 센서의 가격이 저렴해야 하는 경제적 측면의 문제도 있으며, 더 나아가 상황에 따라 상품 가격이 현저히 낮아지거나 높아지는 것을 제한하는 시장 기구 및 관련 법제도 또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3. 사용 당 요금 지불(pay-per-use) 시스템
유비쿼터스 컴퓨팅 기술을 이용하여 널리 확산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상품을 사용한 시간에 따라 비용을 받는 사용 당 요금 지불(pay-per-use)사업을 들 수 있다.
사용 당 요금 지불 사업은 다양한 일상 사물에 센서 및 통신기기 등을 장착하여 이용자 및 사용 내용, 시간 등을 인식할 수 있게 하여 사용한 만큼에 대해서만 요금을 징수하는 것으로, 거의 모든 상품의 경우 직접 구매하는 것보다 이 같은 요금 지불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추측된다. 엑센추어사는 이미 각기 다른 사용자를 인식하는 사용 당 요금 지불 방식의 의자 프로토타입을 구축하고 이 같은 모델의 유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이용한 또 다른 사업 모델로 개인화되고 동태적 보험률을 책정하는 보험이 있다. 이때 운전자의 운전 습관, 다른 사람에게 차를 빌려 주는지의 여부, 야간에 운전하는지, 어디에 주차하는지 등과 같은 기준들이 자동차 보험료 사정에서 고려될 것이다.
4. 동태적 과세(Dynamic taxation) 시스템
정부부문의 여러 분야에서도 유비쿼터스 컴퓨팅 기술을 활용을 통해 정(+)의 효과를 창출 할 수 있을 것이며, 본 절에서는 주로 정부의 조세부문에의 응용사례를 중심으로 그 효과를 검토하고자 한다.
센서 및 태그를 장착한 개별 상품들은 실시간으로 수집된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자신에게 적합한 세금을 부과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 우유병은 철도를 이용하여 운송될 때와 트럭을 이용할 때의 운송비를 고려하여 차별적으로 세금을 책정할 것이다. 또한 지역 생산을 장려하기 위해 상품의 운송 시간에 따라 세금을 부과할 수도 있으며, 제조 과정에 따라 품질이 결정되는 상품의 경우에는 사용 원료, 제조 공정 등 여러 조건을 검토하여 차등 과세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정부는 이 같은 과세 방식을 통해 홍수, 지진 등의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을 돕기 위해 그 지역으로 수송되는 상품의 세금을 감면해 주는 등 정책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때 정부는 이 같은 의사결정의 정보를 지역 소프트웨어 세무국(local software tax agents)에 전달하기만 하면 된다.
5. 요약 및 시사점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기존의 사업방식을 개선할 뿐 아니라 새로운 시장 창출을 통해 경제 전반에 상당한 부를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총무성의 조사연구회 자료에 의하면 새로운 산업과 비즈니스 및 시장 창출의 효과가 일본에서만 2005년에 30.3조 엔 그리고 2010년에는 84.3조 엔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이 엄청난 경제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유비쿼터스 경제의 구축을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장애물들이 있다.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대의 경제 시스템은 자동조정장치가 장착된 비행기나 자동차와 같아 질 것이다. 자동조정장치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나아가 시스템의 안정성을 향상시키지만, 예측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전체가 마비되어 버리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위험성도 가지고 있다. 즉,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생산 및 재고 관리에 유비쿼터스 컴퓨팅 기술을 이용하면 채찍효과를 제거하여 손실을 줄일 수 있지만, 공급망에 연결되어 있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동시에 불필요한 재고를 축소함에 따라 공급망과의 연결고리가 가장 약한 기업은 도산하게 되고, 그 결과 공급망에 연결된 모든 기업의 생산이 전면 중단되는 도미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유비쿼터스 경제의 조기 실현을 위한 기술적 기반 구축과 함께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법이나 정책 등의 제도적 장치 마련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참 고 문 헌>
[1] Marc Langheinrich, Vlad Coroama, Jurgen Bohn, and Michael Rohs, As we may Live : Real-world implications of ubiquitous computing, ETH
[2] Vlad Coroama, Ubicomp’s Impact on Other Sciences, ETH
[3] 하원규, 김동환, 최남희, 유비쿼터스 IT혁명과 제3공간, 전자신문사, 2002.
[4] 노무라 총합연구소, 유비쿼터스 네트워크와 시장창조, u-네트워크연구회 역, 하원규 감역, 전자신문사,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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